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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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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쇠 칼럼

농업경제 / 기사승인 : 2020-08-26 09:24:10
米壽의 수필 쓰기

몸 건강도 좋지만, 마음의 건강도 더 생각해야 한다고 신문 한 부분에서 읽었습니다. 필자는 아침 5시에 눈을 떠 조간신문부터 뒤적이면서 하루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때로는 팔순 청춘 작가들의 작품도 정독을 하면서 팔순의 나이에 수필 쓰기에 안간힘을 쓰며 살고 있습니다. 에세이 문학 ‘웃음의 철학’ 한두 권을 겨우 게재하면서 원고지와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김영희 소설집 ‘시간을 건너다’의 첫머리에 이런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홀로 남은 빈집에서 돌아가지 못할 회고와 결핍을 안고 살 듯, 10년을 쓰고 또 지우며 이 작품을 완성한다고 했습니다. 수령 깊은 은행나무 잎들이 별처럼 반짝이며, 내면을 속이듯, 이번 작품집이 물림길 자기 문학의 제4악장 이야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독일 문호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한 것은 82세 때였다고 했습니다. 자서전 ‘시와 진실’도 그때 탈고했습니다.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는 80세에 출간한다고 합니다. 당대 사회의 실상과 인간의 구원을 깊게 다른 걸작들은 황혼기에 쏟아냈으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할 것 같습니다. 요즘도 만년의 일정으로 대작을 집필하는 70~80대 작가가 많다고 했습니다. 소설가 조정래씨 (76)는 최근 200자 원고지 3,600장 분량의 장편 ‘천년의 질문’ 전 3권을 해남출판사를 통해 펴냈습니다.

하루 12~13시간씩 사인펜으로 눌러쓴 이 소설은, ‘국가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묻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3년 뒤 인간의 본질에 관한 소설을 쓰고, 또 3년 뒤에는 내세 영원문제를 다루겠다며 새로운 각오를 다짐한다고 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진다는 말이 근래에 더 실감이 나고 있습니다. 80대 후반기에 접어든 필자는 지금 내 평생에 어찌 그리 많은 일들이, 빠르게 스치고 흘러갔는지 신기하게만 느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려온 덕분에 나이가 드는 것도 잊고 살 수 있었고, 아직은 수필 쓰기에 원고지와 싸우면서 몸에 큰 아픔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큰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점점 쇠약해질 일만 남았지만, 앞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살아가려고 합니다. 우리 세대는 이른바 압축 성장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자연스레 개인도 시대의 급격한 변화기를 체험했습니다. 사회 모든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필자 자신도 운 좋게 큰 어려움 없이 노년기를 맞이하고 있으니, 그 혜택을 충분히 받은 셈입니다. 이제는 나이를 감안해서 남들도 도와주고, 섬기는 자세로 자신과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지내고 싶다는 바램뿐입니다.

그동안의 삶을 당연한 것으로 흘려보낸다면, 이제부터는 내가 시도하는 모든 일 하나하나 소중한 의미를 발견하고 찬찬히 즐겨보리라 다짐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산을 오를 때 보지 못한 꽃들을 내려오면서 비로소 발견할 수만 있다면, 나이 듦의 혜택을 넉넉히 받는 셈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본지 前 논설위원(010-4713-9378)

[저작권자ⓒ 농업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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